처음 dslr을 샀을 때가 생각난다.
우송대학교 사진동아리 pose에 가입하면서 집안 장롱에 박혀 있었던 미놀타 XD-5라는 필카로 처음 사진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필름값이 너무 비싸서.. 필름 1롤을 인화,현상 하는데 거진 만원꼴이 들어가다보니...
그래서 겨우겨우 용돈을 모아 내 인생 최초의 dslr인 소니 a100을 구입한다.
학교 도서관에서 여러가지의 사진에 관한 전문책을 대여해서 읽어보고,
인터넷 사진 동호회에 가입해 여러가지 촬영기법에 대해 알아보고.. (dslr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ㅋㅋ)
a100을 바디만 중고로 구입해 카메라만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일주일 뒤에 35-70/4 를 구입해서 처음으로 사진을 찍었더랬지..
정말 그 때는 진짜 사진찍는 것이 즐거웠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는 슬로우 싱크라든지, 고속 동조라든지 등에 대해 뭘 그리 알아보고 싶어하고 찍어보고 싶어했던지..
군대를 입대하기 전 28/2.8 과 90mm 마크로 렌즈를 처분하고... a100과 35-70을 놔둔 상황에서..
전역 후 a700을 역시나 중고로 구입해 삼식이로 또다른 사진 찍는 재미에 빠졌는데..
무겁다는 이유로... 잘 안들고 다니게 되고...
예전에 a100에 90마크로 들고 다녔을 때는 잘만 들고 다녔었는데.. 부피도 훨씬 크고..
칠백에 삼식이도 만만치 않았는데 무겁고 귀찮다는 이유로 필요할 때만 들고 다니고..
그래서 칠백이와 삼식이를 재혁이에게 넘기고..
가볍고 화질 좋다는 소니 5n으로 넘어왔다..
가벼우니까 더 잘들고 다니겠지.. 했던 생각에서였는데..
화질은 a100에 비하면 진짜 엄청 더 좋구... 훨씬 더 가벼우며 심지어 동영상마저 찍히는데..
왜 안들고 다니는건지.. 왜 사진을 안찍게 되는건지..
그냥 책상 위에만 곱게 모셔져 있네..
a100을 들고 다녔을 때의 그 열정, 그 느낌이 왜 지금은 없는건지.
사진 많이 찍으니까 블로그에다가 올려야지 했던 마음도 없어지고..
서울에서 정선까지 찍을 것이 얼마나 많은데 왜 셔터는 눌르지 않는걸까.
나 스스로 나 자신에게 '주제 없이 찍는 스냅사진이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지울텐데' 라는 좋은 핑계거리로
사진을 안찍은지 한참된 것 같네.
새삼스럽게 아부지 미니홈피에서 어무이의 사진을 봤는데..
더이상 어무이가 나와 같이 있지 못한다면..
당신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사진 밖에 없지 않겠는가..
기억은 희미해지고 추억은 바스라져 더이상 추억할 수 없을 때, 그 때 나에게 주어지는 단 하나의 기회는
얼굴이 담겨있는 사진 밖에 없지 않겠는가..
꼭 우리 어무이만이 아니라 내 주변의 모든 사람마저 마찬가지지.
셔터를 누르면 나는 또 하나의 기회가 생기게 되고, 추억을 회상할 수 있으니까..
사람에 대한 추억이든, 사물에 대한 추억이든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무언가를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를 내가 스스로 창조하는 것이니까.
다시 사진을 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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